한국 최초 SUV부터 '벤츠의 명작'까지…클래식카의 성지

입력 2021-09-09 17:36   수정 2021-09-10 01:30

1954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300SL은 ‘불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주용 차를 기반으로 제작한 이 모델의 최고 속도는 시속 250㎞.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용차였다. 벤츠는 300SL의 물 흐르는 듯한 디자인을 계승한 모델을 지금까지 선보이고 있다. 벤츠의 영원한 라이벌 BMW는 1956년 300SL에 맞서 507 컨버터블을 출시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애장품으로도 유명한 이 차는 ‘BMW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도 불린다.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벤츠 300SL과 BMW 507 컨버터블. 지금은 값을 매기기도 어려운 두 차량을 국내에서 실물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다.
전시차량 중 90% 실제 운행 가능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1998년 문을 연 한국 최초 자동차 전문 박물관이다.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수집하거나 기부받은 100여 대의 클래식카가 전시돼 있다. 연간 방문객은 약 60만 명. 코로나19로 지금은 휴관 중이지만 평소에는 자동차 마니아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한국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국제 시발(始發) 자동차’부터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미국 포드사의 ‘모델T’, 영국 왕실에서 의전 차량으로 사용하던 롤스로이스의 ‘팬텀6’ 등 역사적인 차량들이 있다. 전시된 차량 중 90% 이상이 지금도 운행 가능하다. 전문 정비사들이 주기적으로 엔진 등을 정비하고, 시험 운행도 한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자동차를 당장 도로에서 주행 가능한 컨디션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차량을 복원하기도 한다. 복원의 첫 단계는 자료 수집이다. 먼저 차량 출시 당시의 매뉴얼과 설계도, 배선도 등의 기술 자료를 비롯해 복원 대상 모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복원의 핵심은 원형 그대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원에 걸리는 시간은 차량 상태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의 최초 고유모델 ‘포니’를 복원하는 데는 2년이 넘게 걸렸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 관계자는 “차량을 복원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부품 수급”이라며 “해외 여러 부품상, 개인 수집가 등을 수소문해 부품을 찾고, 이마저도 어려울 땐 부품을 직접 새로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팬텀6 꼭 보고 가세요”
삼성화재교통박물관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는 무엇일까. 관람객들에게 “이 차만은 꼭 보고 가라”고 추천하는 자동차로 직원들은 롤스로이스 ‘팬텀6’를 꼽았다.

1904년 영국의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설립한 롤스로이스는 ‘실버 고스트’ 모델로 명성을 얻어 고급 자동차 제작사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팬텀은 실버 고스트의 후속 모델이다. 1925년 출시된 뒤 지금까지 총 8세대에 걸쳐 생산하고 있다. 그중 팬텀6는 팬텀 시리즈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생산된 대표 모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팬텀6는 20여 년간 단 366대만 생산됐다.

다임러 DE36 쿠페도 직원들이 관람을 권하는 차다. 1952년 런던 국제모터쇼에서 쇼카로 선보인 이 차량은 옆면에 금빛 네잎클로버 무늬가 새겨진 게 특징이다.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에는 도마뱀 가죽을 입혔다.

재규어 D타입도 관람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르망24시간 경주를 위해 제작된 차로 1955년부터 3년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주차’로 불릴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

용인=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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